[책마을] 베테랑 기자가 속속들이 들춰낸 '美 첫 여성 부통령' 해리스의 삶

입력 2023-03-17 18:19   수정 2023-03-27 09:55

거울 속 내 얼굴은 ‘절반의 진실’이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의 왼편은 실제론 오른쪽이다. 거울에선 좌우가 뒤바뀌기 때문이다. 자서전도 그렇다. 한 사람의 일생을 담고 있지만, 다 들어 있지는 않다. 진짜 얼굴은 타인이 그를 바라본 평전까지 살펴봐야 온전히 알 수 있다.

최근 출간된 <카멀라 해리스, 차이를 넘어 가능성으로>는 미국의 첫 여성 부통령이자 1호 흑인 부통령인 카멀라 해리스에 대한 평전이다. 오는 27일 윤석열 대통령과의 오찬이 예정된, 차기 미국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바로 그녀의 이야기다. 인도 출신 어머니와 자메이카 출신 아버지를 둔 해리스는 미국 첫 흑인 여성 캘리포니아주 검찰총장 등 ‘최초’의 역사를 써왔다. 몇 년 뒤엔 미국 최초 흑인 여성 대통령이 될지도 모른다.

해리스가 궁금하다고 굳이 이 책을 택해야 하나 싶을 수 있다. 2년 전 국내에서도 출간된 <카멀라 해리스 자서전>이 있으니 말이다. 이유는 충분하다. 베테랑 기자가 객관적인 시선으로 바라본 해리스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저자 댄 모레인은 해리스의 고향이자 정치적 기반인 캘리포니아주에서 40년 넘게 정치 분야를 취재했다.

자서전 원서가 2019년, 평전 원서는 2021년에 쓰인 것도 차별화 포인트다. 그사이에 해리스는 부통령이 됐다. 평전은 자서전의 내용을 적절히 인용하면서 더욱 풍부한 내용을 담았다.

평전은 해리스였다면 쓰지 않았을 순간을 들춰낸다. 2020년 민주당 대선 후보 1차 토론회 장면 같은 것 말이다. 해리스는 이 자리에서 당시 경쟁자였던 조 바이든 대통령을 인종차별주의자로 몰아간다. 바이든이 과거 ‘버싱’(busing·백인과 유색인종 학생이 섞이도록 통학버스를 이용해 학군 간 이동을 강제하던 정책)을 반대했다며 버스를 타고 통학하던 자신의 유년 시절을 언급한다. 이런 장면을 통해 책은 해리스가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동료인 동시에 경쟁자라는 사실을 독자에게 알려준다.

적절한 비판과 거리 두기 역시 자서전에선 보기 힘든 대목이다. 평전은 과거 해리스가 연인이던 윌리 브라운 캘리포니아주 국회의장과의 친분을 이용해 부당한 특혜를 누린 사실을 빼놓지 않는다. 자서전에는 브라운이란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안병진 경희대 미래문명원 교수의 해제는 원서가 한국어로 번역돼 나오는 동안의 시차를 메워준다. 안 교수는 불법 이민자 추방 정책, NBC 인터뷰에서의 말실수 등 해리스의 최근 실책들을 짚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해리스에게 주목해야 할 때라고 안 교수는 말한다. “새로운 미국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이해하기 위한 키워드가 과거에는 힐러리 클린턴이었다면 오늘날에는 카멀라 해리스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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